'프리사이즈'라는 단어가 모두를 위한 자유로운 사이즈라는 뜻이 맞을까요? 제 골반에서 걸려 올라가지 않는 치마를 억지로 입어보려다 실패한 뒤로는, 이 단어가 오히려 마른 체형만을 기준으로 만든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초고도비만인 분들이 겪는 옷 사이즈 스트레스와 다이어트 경험담을 살펴보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다이어트 이론과 실제 경험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프리사이즈가 주는 심리적 압박과 체형 인식의 왜곡
일반적으로 프리사이즈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사이즈'를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는 골반이나 허벅지 둘레가 평균보다 조금만 커도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부 소문에 의하면 옷을 더 작게 만들어야 천이 적어지고 싸게 팔수 있어서 그런다는 말도 있는데요. 초고도비만인들은 이러한 프리사이즈 옷 앞에서 자신의 체형을 확인하며 자존감이 깎이는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제가 시청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친구와 쇼핑 중 38사이즈 바지를 권유받았지만 본인은 40사이즈도 맞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결국 42사이즈조차 끼는 상황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BMI(체질량지수)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도를 판단하는 국제 기준입니다. 국내에서는 BMI 25 이상을 비만, 30 이상을 고도비만, 35 이상을 초고도비만으로 분류합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초고도비만인 경우 복부 체지방률이 40%를 넘고 내장지방 레벨이 15 이상에 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히 외관상 문제를 넘어 대사증후군,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의 건강 위험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바로는, 옷을 고르는 순간마다 '내 몸은 정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사회로부터 받게 됩니다. 비만인들이 2XL 사이즈로 입고도 주변에서 사이즈를 물어보면 'S 사이즈'라고 거짓말하고 싶어지는 심리는, 체형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쇼핑이 즐거운 경험이 아니라 내 몸의 단점을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어버릴 때, 그 스트레스는 '살을 빼면 된다'는 단순한 조언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초고도비만인들은 일상적인 활동에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됩니다. 대중교통 좌석에 앉을 때,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심지어 걸어가는 동안에도 '저 사람 살 좀 빼야겠다'는 무례한 시선과 발언에 노출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은 건강한 다이어트보다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급격한 감량과 요요 현상의 과학적 메커니즘
일반적으로 빠른 다이어트가 요요 현상을 부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는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굶는 다이어트로 2개월 만에 10kg을 감량했지만, 뺀 기간만큼 빠르게 요요가 찾아왔다고 고백했습니다. 반면 6개월에 걸쳐 천천히 10kg을 감량한 경우에는 체중 유지가 훨씬 수월했다고 합니다. 방금 언급한 '요요 현상(Weight Cycling)'이란 체중 감량 후 다시 원래 체중 또는 그 이상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는 급격한 칼로리 제한 시 신체가 기초대사량을 낮춰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드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출처: 대한의학회). 기초대사량이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량으로, 급격한 다이어트 시 체중 1kg당 소모되는 칼로리가 줄어들어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쉽게 찌는 체질로 변하게 됩니다.
단순히 '적게 먹으면 빠지고, 많이 먹으면 찐다'는 공식으로만 알고 계시는 분이 많으실텐데 실제로는 감량 속도와 유지 기간이 요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제가 참고한 유튜브 영상에서 말했듯이 복부 체지방률 46%, 내장지방 레벨 15~16이라는 수치는 단순히 외관상 비만을 넘어 건강 위험 신호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초절식을 시도하면 오히려 대사 기능이 더 망가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상 활동 중 칼로리 소모에 대한 인식입니다. 제가 본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절친과 4시간 동안 수다를 떨면 528칼로리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는데요. 이처럼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즉 운동 외 활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NEAT란 일상생활 중 걷기, 말하기, 자세 유지 등 의식적인 운동이 아닌 활동으로 소비되는 열량을 뜻합니다. 이전에도 다이어트 할때 숨쉬는게 살이빠지는데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글을 본 것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또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동기가 충만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이틀도 못 가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공감됩니다. 저도 많이 뚱뚱하다고 생각한 비만 기간이 있어서 그런지 초고도비만인 경우 단순히 '운동하면 된다'는 조언이 얼마나 공허한지 충분히 공감이 되는데요.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 체력 부족으로 인한 좌절감, 주변의 시선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건강보다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사회가 체형에 부여한 가치가 건강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고려할때 초고도비만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나 조언이 아니라, 체형과 상관없이 존중받으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른 몸'만을 정상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체형에는 무례해도 된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초고도비만인들은 건강한 방법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천히 감량하고 유지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옳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사회적 낙인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박함이 이들을 무리한 다이어트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의지를 탓하기보다, 다양한 체형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문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